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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농약 사이다 살인사건(사건내용과 판결문 분석)판결문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사건(미스터리 사건사고 게시판과 동시연재) 2021. 5. 12. 02:45
1. 사건개요
2015년 7월 14일 오후 2시 43분쯤 경상북도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전날 초복 마을잔치 때 마시고 남은 사이다를 할머니 7명 중 6명이 마신 뒤 거품을 토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페트병 사이다에는 고독성 살충제가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이장이 119에 신고하여 병원으로 옮겼으나 6명 중 2명은 사망하였고 4명은 목숨을 건졌다.
2. 사건의 진행
정할머니 = J, 라할머니 = K, 민할머니 = M, 신할머니 = O 그리고 피의자, 피고인 박할머니 = A 로 판결문에서 표시하고 있다. 사건 다음날 김천의료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던 J(86)할머니가 사망하였다.
사건 발생 3일 후인 7월 17일 경찰은 당시 마을회관에 있던 7명 중 유일하게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A할머니(당시 82세)를 용의자로 체포하였다.
A할머니 체포 다음 날인 7월 18일 K할머니(89세)가 사망하였다.
체포 이후 2015년 7월 20일 법원에서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A 할머니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이후 검찰은 용의자 A할머니를 2명에 대한 살인 및 4명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하였다.
변호인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3. 재판
1.) 검찰의 주장
검찰이 피고인 A할머니를 범인이라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A 할머니의 집 부근 풀숲에서 뚜껑이 없는 박카스 병이 발견되었다.
동부메소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 이미지로 해당 사건에 사용된 물건은 아님 ② 발견된 박카스 병에서 사이다에 들어있던 것과 같은 성분의 농약(메소밀)이 발견되었다.
③ 발견된 박카스 병과 A할머니 집에서 발견된 나머지 박카스 9병은 유효기간과 제조번호가 동일했다.
④ 할머니의 뒤뜰 담 부근에서 동부메소밀 병이 든 비닐 봉지가 발견되었고, 메소밀 성분 역시 검출되었다.
⑤ A 할머니의 옷과 지팡이, 전동 휠체어에서 메소밀 성분이 검출되었다.
⑥ 회관에 있던 7명 중 A 할머니만 사이다를 마시지 않았다.
⑦ 현장에 있었으면서 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도착한 구급 대원에게도 안의 피해자들의 상황을 알리지 않은 채 그대로 마을 회관 안으로 조용히 들어가 있던 정황
2.) 1심(대구지방법원) - 유죄(무기징역)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루어진 1심 재판에서 배심원 7명 만장일치 유죄 의견, 양형에서 7명 만장일치 무기징역 의견을 내렸다.
재판부의 판단도 이와 같아 피고인 A 할머니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피고인 A 할머니 측은 이에 항소하였다.
3.) 2심(대구고등법원) - 유죄(무기징역)
항소심에서도 재판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2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 A 할머니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판결문의 구성방식은 판단의 쟁점들을 소개하고, 이 쟁점에 대한 1심 판결의 논리를 먼저 기재한 후, 이에 대한 변호인측의 반박 의견을 기재하고, 이에 대해 다시 2심 재판부가 반박하는 특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쟁점 ① 범행의 동기가 있는지
- 1심 판단 : 술과 도박,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과의 결혼생활로 누적된 스트레스 등으로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피고인은 화투를 치다가 자신의 속임수를 자주 지적하는 M 할머니와 자주 싸웠다. 이 다툼이 지속되자 분노가 극에 달해 M 할머니 및 평소 자신을 못마땅히 여기는 다른 할머니들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 변호인의 반박 : 감정표현 등에 소극적인 것은 피고인과 동시대를 살아온 한국여성에게는 특이한 경향이 아니다. 피고인에게는 노년에 피해자들과 화투를 치는 게 유일한 낙인데, 피해자들이 사망하면 그 낙이 없어지는데, 화투를 치다가 화가 났다고 피해자들을 살해하려 할 리가 없다.
피해자 M 할머니와 크게 다툰 이유는 딴 돈 10원을 돌려달라고 했다는 건데 그것 때문에 사람을 죽이려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M 할머니에게 화가 난 거면 혼자 사는 M 할머니 집에 찾아가서 몰래 M 할머니에게만 메소밀을 먹일 일이지 다른 할머니들까지 죽이려 할 이유가 없다.
- 2심 판단 : 일반인의 시각에서 화투를 치다가 다툰 정도로는 살인의 동기로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마을회관에 싸우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을 정도로 피해자들, 특히 M할머니와 자주 다툰 것으로 보인다.
범죄는 이성의 논리적인 계산 아래에서보다 감정의 지배하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으며 살인죄도 예외가 아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사소한 문제이고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임에도 그 사람에게는 감정의 폭발로 살인이 범해질 수 있다.
특히 무색의 메소밀은 고령의 피고인이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다른 액체와 섞는 등으로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고 만약 피해자들을 사망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경우라도 피해자들을 혼내 주기에는 문제가 없었으므로, 당시 피고인에게는 아주 적합한 범행수단이었다.
쟁점 ② 피고인이 언제 어떻게 사이다에 메소밀을 탔는지
- 1심 판단 : 2015. 7. 13. 19:00경부터 2015. 7. 14. 14:00경 사이에 위 마을회관에서, 미리 준비한 이 사건 박카스 병(100ml)에 담긴 메소밀을 그곳 냉장고 안에 있는 마시다 남은 1.5L 이 사건 사이다 병에 몰래 부어 혼입하였다.
- 변호인의 반박 : 기록에 의하면 당시 마을회관에는 피고인보다 피해자 J, K, N 할머니가 먼저 와있었다. 그 때 J는 주방 전기포트에 물을 끓였고 이후 실제로 주방에서 발견되어 구조되었다. 피해자들이 모두 거실에만 있지 않고 주방에도 있었으므로 이들의 눈을 피해 사이다에 메소밀을 타는 것은 불가능하다.
- 2심 판단 : 사이다에 메소밀을 타기 위해서는 박카스 병에 들어있던 메소밀을 사이다 병으로 부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박카스 병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별하지 않은 물건이고, 메소밀은 무색, 투명한 액체이므로, 메소밀이 담겨 있는 박카스 병이 발견되더라도 이상한 낌새라고 보이기는 어렵다. 당시 피해자 K는 89세, 피해자 J는 86세, 피해자 N은 77세로 모두 고령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범행이 아주 곤란한 정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 피해자가 계속해서 주방에 있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위 3명의 피해자들이 모두 거실에 있는 틈을 타 범행을 하였을 소지가 충분하다.
쟁점 ③ 피고인이 마을회관에 가기 전 M 할머니를 찾아간 것은 범행계획을 확인한 것인지
- 변호인의 주장 : 피고인이 평소 피해자 M의 집에 가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범행 당일은 집을 수리한 사실이 있어 수리한 집을 구경하기 위해 피해자 M의 집에 가 보았던 것이다. 피해자 M을 비롯한 피해자들은 매일 마을회관에 모이는데 굳이 피해자 M이 마을회관에 올지 안 올지를 확인해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피고인이 당일 피해자 M을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서도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더욱더 피해자 M의 집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 2심 판단 :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 M이 마을회관으로 오는지 여부가 중요한 관심사였을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 M의 검찰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평소 마을회관에 가자며 찾아온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범행 당일 마을회관에 가자고 찾아와서 무슨 일인가 의아해 했으며, 잠시 있다가 자신은 먼저 갈 테니 천천히 오라면서 그냥 혼자 갔다는 것으로, 이는 범행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으로 봄이 자연스럽다.
쟁점 ④ 피고인 혼자만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것에 대해
- 변호인의 주장 : 당시 마을회관 냉장고 안에는 콜라, 환타, 사이다 등 각기 다른 3병의 음료수가 있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결과 그 중 이 사건 사이다 병에만 메소밀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어느 음료수를 마실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므로 만일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사이다를 마시자고 제안하면서 직접 냉장고에서 사이다 병을 꺼내왔을 것인데, 피고인이 이러한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
- 2심 판단 : 피고인이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하였고,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사이다 병을 꺼내왔거나 사이다를 마실 것을 제안하였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사이다에 메소밀을 혼입한 후 피해자들이 마시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고 마시지 않는 경우에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을 수 있다.)
쟁점 ⑤ 피고인 집 마당의 담, 풀숲에서 발견된 박카스 병과 메소밀 병
2심 판결문의 구성은 이런 식으로 1심 판결 내용 - 이에 대한 변호인의 반박 - 이를 다시 정리하며 결론을 내리는 재판부의 판단의 구성으로 되어있다. 변호인은 이 사건에 다른 진범이 존재하고, 진범이 피고인이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것을 알고 누명을 씌우려고 피고인의 집 근처에 박카스 병, 메소밀 병을 버렸다고 하고 있다. 제조번호가 같은 박카스 병이 범행일 이전 이 마을에 공급된 양이 약 4000병이다. 그러나 이 마을에 공급되는 박카스는 2주간 2개 약국에 2000 ~ 3000병. 총 4000 ~ 6000병이 2주 간격으로 공급된다. 즉 1~2주일이면 이제까지 공급된 해당 제조번호의 박카스 4000병 총량의 물량에 맞먹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연히 제조번호가 일치할 가능성은 생각하기 쉽지 않다. - 변호인 측은 다른 진범의 존재를 주장하지만, 변호인의 주장대로라면 그 진범은 피고인을 잘 알고 있고 이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고 피고인이 당일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사실도 아는 사람이며, 피고인의 집에서 발견된 박카스와 제조번호와 유효기간이 동일한 박카스를 우연이든 의도적이든 구한 뒤 범행에 사용하고 피고인의 집 근처에 버렸다는 것인데, 기록을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존재는 찾아볼 수 없다.
- 변호인의 주장대로라면 진범이 피고인 집의 박카스 병을 훔쳐서 범행에 이용했거나 피고인 집의 박카스의 제조번호와 유효기간을 파악한 후 그와 동일한 박카스를 구해서 범행에 이용했거나 가지고 있다가 범행에 사용한 박카스가 우연히 제조번호와 유효기간이 피고인의 것과 맞아떨어졌다는 얘긴데, 그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풀숲에서 발견된 메소밀이 검출된 박카스 병 1 + Z가 마시고 가져온 박카스 병 1 + AA가 마시고 놓았다가 가져온 박카스 병 1 + 쓰레기통의 빈 박카스 병 3+ 따지 않은 박카스 병 4 = 10병 . 1박스가 딱 맞는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정말 범인이고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이라면 이렇게 허술하게 자신의 집 주변에 버렸을리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재판부의 대답. 이를 제대로 은폐할 심리적,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었고 82세의 고령의 피고인이 매순간 치밀하게 계산해서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며 만약 다른 곳에 버리려다가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 순간 말 그대로 빼박이므로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쟁점 ⑥ 피고인의 옷과 지팡이, 전동차 등 주변에는 왜 메소밀이 묻었는지
변호인은 모자와 냉장고에서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은 데에 의문을 제기 간단하다. 손과 빈번하게 접촉하는 것도 2차 검사까지 가서 메소밀이 검출되었는데 그보다 훨씬 적게 닿는 모자에서는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것. 안묻었거나 묻었어도 극히 소량이라 검출이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냉장고에서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은 것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 변호인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침 같은 분비물을 닦아주느라 메소밀이 묻었다고 주장 재판부는 이렇게 주장의 모순점을 지적한다. 침을 닦아주느라 메소밀이 묻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분비물에서는 메소밀이 검출되지 않았고, 그 분비물을 닦았다는 휴지와 수건은 2차검사가 필요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메소밀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는 메소밀을 따르다가 손에 흘린 경우 같은 것을 닦았을 가능성이 크다. - 이런 점들을 살펴보면 피고인의 손과 그 주변에 메소밀이 묻은 경위는 피고인이 메소밀을 사이다에 타는 과정에서 흘리는 등으로 묻은 것으로 보인다.
쟁점 ⑦ 피고인은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 변호인의 주장 : 피해자 O가 가장 먼저 증상을 보였고 O가 마을회관 밖으로 나와 구토를 하는 등 괴로워하여 피고인이 이를 따라나온 것이고 구호조치는 했다. 피고인은 당시 놀란데다 82세의 고령이라 119에 전화는 잘 걸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호인의 주장과는 다르게 피해자들 중 O할머니만 65세의 60대이고 나머지는 모두 70대 후반부터 80대 중후반의 더 노인들이다. 의학적으로 보면 O할머니보다 연로한 다른 피해자들에게서 증상이 더 빨리, 심하게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이러한 정황들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들에 대해 구호조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쟁점 ⑧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증상의 원인을 사이다라고 정확히 짚어낸 점에 대해
쟁점 ⑨ 기타 정황들
- 피고인은 경찰관이 피고인의 집에서 이 사건 박카스 병을 발견하자 피고인은, 경찰관이 피고인에게 어떤 질문을 한 적이 없고 직접 보여주지도 않았음에도 "병이 헌병이고, 흙이 많이 묻었다."는 말을 하였다. 이는 피고인이 이 사건 박카스 병의 존재와 상태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은 범행 이후 피해자들의 병문안을 가지도 않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 피고인이 범인으로 의심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안녕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수도 있다고는 보이나,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만이 사이다를 마시지 않아 건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미안함을 가지고 있어 최소한 연락 정도는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보이는데,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으면서 면회를 온 가족들에게 억울하다는 하소연이나 진범이 잡혔는지에 관한 질문 등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판결하며 1심의 무기징역을 유지하였다.
4.) 3심(대법원) - 유죄(무기징역)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다.
수십 년간 이웃으로 지내온 할머니 2명을 살해하고 4명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80대의 노인은 무기징역이라는 형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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