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참사현장 출동.... 공황장애로 극단적 선택한 소방관, 순직일까?
1. 무슨 일이 있었나?
소방관 A는 1992년부터 소방공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해 2014년경에 지방소방위로 승진하였다.
그런데 1년여 뒤인 2015년 4월, A는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가족들에게 발견되었다. 검사 결과 A의 사망은 자살로 밝혀졌다.
이후 시간이 지나 2019년, 인사혁신처는 A의 유족에게 고인이 채무변제 문제로 고민한 정황, 사망 전날 원고(아내)에게 경제적 문제를 언급하며 자살을 암시한 듯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정황을 이유로 들며, 직무와 관련된 직접적인 자살계기를 확인할 수 없다며 순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순직유족 급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A의 유족은 이에 불복했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종류는 피고 인사혁친처장의 순직유족 급여 부지급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다.
2. 재판 : 서울행정법원 – 원고 승소 판결. 원고에 대한 순직유족 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판결.
재판부는 인사혁친처에게 A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하라고 판결했다.
-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공무원이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 공무로 인해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된 경우,
그러한 질병으로 정상적인 인지능력이나 행위 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 병원 진료기록 등 재판 과정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고인은 참혹한 현장을 목격할 수밖에 없는 소방업무 특성상 업무수행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며 공황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일명 PTSD) 등의 정신질환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 고인은 사망하기 전 고인의 희망에 따라 구급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임무를 맡게 되었으나 사망 직전인 2015년 2월경 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다시 구급업무에 복귀하게 되었다.
- 이로 인해 위의 질환들과 스트레스를 치료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고, 사망 전에 고인의 상태는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 고인은 임용부터 사망시까지 약 22년간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며 그 중 대부분인 12년동안 구급업무를 담당하였다.
- 동료 소방공무원은 소방관의 구급업무는 출동 횟수도 많고 늘 긴장한 상태로 대기하여야 하는 점 등을 이유로 소방관들은 보통 화재진압업무보다 구급업무를 더 힘든 업무로 본다고 진술하였다.
- 고인은 2010년 12월경 정신과를 방문하여 수면장애, 공포, 불안 증상등을 호소하였고, 해당 정신과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치료를 시작하였다.
- 고인은 그로부터 2014년경까지 공황장애로 약 38회가량 치료를 받았다.
- 고인은 2014년경 실시한 특수건강검진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으로 진단되었다.
- 당시 동료 직원들은 고인의 상태에 대해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 고인은 생전에 구급업무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것이 동료 직원들에게서 확인된다.
- 당시 소방행정과 인사주임은 고인이 공황장애를 이유로 구급업무가 어렵다고 인사조치를 요청했고 인사권자와 협의하여 요구대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게 2014년 8월경이다.
- 인사이동 후 고인의 동료들은 고인이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밝은 모습을 보였고, 구급업무에서 해방되어 홀가분해하며 기뻐했다고 진술하였다.
- 그러던 중 2015년 1월경에 고인이 근무하던 안전센터에서 구급업무 전문자격자를 우선적으로 구급업무에 투입하라는 소방서의 지시에 의해 당시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던 고인을 다시 구급업무로 인사조치하였다.
- 이러한 고인의 상태에 대해 감정의는 공황장애, 임소공포증,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면증, 우울증 등 여러 정신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치료가 중간에 중단되어 증상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하였다.
- 여러 증거와 자료를 종합해 보면 고인의 이러한 정신건강 악화에는 고인의 구급업무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고인은 구급업무와 멀어졌어야 했다. 그러나 6개월여만에 고인의 뜻과 달리 다시 구급업무에 배치되게 되었다.
- 고인은 원고(아내)에게 인사조치 공문을 보여주며 눈물을 흘렸고, 근무를 하면서도 종종 죽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다.
- 종합하여 보면 고인이 받았던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이 고인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 이 과정에서 고인이 격었던 경제적인 어려움이 일부 개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수적인 정황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긴 이유에 고인의 정신건강 악화로 인한 판단력과 인지능력의 저하 역시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
라고 판단하며 인사혁신처에게 고인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하고 유족에게 순직유족 연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