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피로트의나무 2021. 8. 29. 09:29

  1. 사건개요

2010221일 경상남도 함안군에서 70대 할머니 B(76)가 집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되었다. B의 가족이 동네 주민들에게 B가 연락이 안되니 안부를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했고, 이에 주민들이 찾아간 B의 집, 방앗간에서 발견한 것은 부직포로 덮여 있는 물체였고, 그것은 사망한 B의 시신이었다.

 

발견 당시 B의 시신은 부직포로 덮여 있었으며, 시신 주변에 핏자국이 흩뿌려져 있었고, 얼굴과 머리에는 수차례 가격당한 흔적이 있었다.

 

수사과정에서 사건 현장 근처 우물로 이어진 혈흔을 따라가 우물 안에서 흉기인 쇠망치와 벽돌을 발견했다. 다만 범행도구에서 범인의 DNA나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우물의 근처 마당에서 피가 묻은 담배꽁초가 발견되었는데, 경찰은 이것이 범인의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담배에서 검출된 DNA는 사망한 B의 아들의 것이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아들에게는 혐의점이 전혀 없었고 경찰이 현장을 수사하는 것을 지켜보며 담배를 피웠는데, 그때 입술이 튼 상태여서 꽁초에 피가 묻었다는 것이었다.

 

  2. 용의자 검거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집 인근에서 빨래를 하고 무언가를 불로 태우는 이웃 남성 A(33)를 발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A의 좌, 우 운동화에는 혈흔이 묻어 있었는데, 이 혈흔은 사망자 B의 혈액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용의자 A는 당시 마을에서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는 사람으로, 당시 전과 18범에 달했다. A는 특히 술이 들어가면 마을에서 온갖 행패와 난동을 부렸는데 B의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A는 수시로 B의 집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돈을 빌려갔다고 한다.

 

A의 깽판에 지친 B도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다니며 A에게 절대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게다가 바로 그 다음날 B가 처참하게 살해된 채로 발견된 것이었다. 경찰은 AB의 행동을 눈치 채고서 자신의 험담을 하고 다니는데 격분해 B를 살해했거나 돈을 요구했음에도 거부당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수사기관은 A를 범인으로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을 확인하는 재판이 열렸다.

 

  3. 재판

 

 

    1.) 피고인 A의 주장

  피의자, 피고인 A는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운동화에 피가 묻어 있던 이유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피해자의 집에 찾아갔다가 부직포에 덮인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하고 부직포를 들춰보는 과정에서 묻은 것이고, 피해자의 집 근처에서 자신이 목격된 것은 다슬기를 잡으러 가는 길에 우연히 목격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빨래는 그냥 한 것이고 불태운 것은 쓰레기를 태운 것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2.) 1(국민참여재판, 창원지방법원) - 무죄(배심원 9인 전원 무죄, 재판부 무죄)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진 1심 재판에서 배심원단과 재판부 모두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9명의 배심원 전원 피고인 무죄 의견을 냈고, 재판부 역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 검찰의 공소사실과 맞는 증거는 피고인이 평소에 술에 취해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 왔다는 주변인들의 진술과 피해자의 혈흔이 검출된 피고인의 운동화다. 즉 이 혈흔이 언제 어떻게 피고인의 운동화에 묻은 것인지가 이번 사건의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 피고인의 왼쪽 운동화에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혈흔은 각도와 위치 등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를 가격하는 과정에서 혈흔이 흩뿌려진 것일 가능성이 있다.

- 피고인의 운동화에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사건현장이 발견된 이후 피해자 집 주변에 119와 주민이 있는 상황에서 거길 들어가서 부직포를 들춰보았다는 주장에 대해)

 

그러나

 

-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증거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그 입증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아무리 의심스럽더라도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판결하여야 하며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이 추정을 깨뜨릴 만한 주장에 대한 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다.

 

- 이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운동화의 혈흔이 범행 당일(2010. 2. 20) 묻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당시 피해자의 바지주머니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목장갑에 피해자의 혈흔이 묻어 있던 점, 피해자 거실의 냉장고 손잡이에서도 혈흔이 발견된 점 등 이 사건 이전에도 이 사건과 무관하게 피해자가 피를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

 

-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의 일을 돕기도 하고 다른 주민들과 피해자의 집에 가서 여러 번 밥을 먹기도 하면서 여러 차례 피해자의 집에 방문하였다.

 

- 수사기관은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의 운동화만을 압수해서 조사하였고, 피고인 이외의 다른 마을주민에게는 (신발이나 옷 등에서) 혈흔반응 여부를 전혀 조사하지 않은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러한 자료가 없이 피고인의 운동화에 혈흔이 묻어있다고 해서 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당시 피해자의 집 거실에서 족적이 발견되었고, 벽과 냉장고 손잡이 등에서 혈흔이 발견되었으나, 경찰은 이에 대해 검안의가 실수로 처음에 덧신을 신지 않고 들어가느라 생긴 것이며 혈흔 또한 검안의가 검안 과정에서 실수로 묻힌 것이라고 보고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다.)

 

- 즉 이 사건 이전, 사건과 무관하게 피해자가 피를 흘렸고, 그것이 피고인의 운동화에 묻은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피해자의 시신은 피해자의 집 안에 있는 방앗간에서 발견되었다. 그런데 피해자의 방앗간은 해당 마을 주민 뿐 아니라 다른 마을 주민들도 이용하던 방앗간이었고, 피해자의 집은 국도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어서 외지 사람도 쉽게 피해자의 집에 침입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3자의 범행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피고인의 과거 범행 전력, 평소 마을 주민들로부터 돈을 빌리고 잘 갚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등을 이유로, 다른 증거 없이 운동화에 묻은 혈흔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배심원 9인 전원 무죄 의견, 재판부 역시 무죄 판결을 내린다.

 

검찰은 항소했다.

 

  3.) 2심(부산고등법원) - 무죄

  항소심 재판부 역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며 피고인 A의 무죄를 유지했다.

 

피고인의 운동화에 묻은 혈흔이 비산혈흔으로 보이지만, 다른 증거 없이 그 점만으로 유죄로 판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4). 3(대법원) - 무죄(확정)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 역시 피고인의 운동화에 묻은 혈흔이 비산혈흔이라고 하더라도, 그 혈흔이 사건 범행 당시에 묻었던 것이라는 게 입증되지 않은 이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결할 수 없다며 무죄판결을 확정하였다.

 

결국 재판은 1,2,3심 일관되게 운동화에 묻은 혈흔만으로 살인죄를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며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4. 마치며

 

  판결은 이렇게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되었다.

피고인 A는 재판 이후 재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마을의 할머니를 공격했다가 폭행죄 등으로 수감되기도 했다. 수감된 이후 마을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 마을 사람들이 우려하는 내용이 궁금한 이야기 Y에 방송되기도 했다.

 

사건은 현재까지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