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피로트의나무 2021. 6. 12. 02:04

1. 사족

 

  피해자의 유족 및 주변사람들은 이 사건이 혼수문제로 인한 우발적 살인이 아닌 계획적인 스토킹 살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언론에는 예비신부 살인사건이라고 많이 보도되었으나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는 것도 인정하지 않으며, 상견례를 잡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판결문을 보면 유족 측의 이러한 주장은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별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혼수 문제로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는 A의 자백을 쳐낼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하의 사건 내용은 판결문을 기반으로 작성한 것이며, 이 내용은 형사재판의 특성상 피고인인 A의 자백내용이 상당히 반영된 것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읽기를 권한다.

 

 

2. 사건

 

 

남자 A(당시 28)와 여자 B(당시 23)2014년 하반기 서울에 위치한 한 스피치 학원에서 처음 만났고, 4년여 후인 20187월 말에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 후 AB에게 몇 년 전부터 B를 좋아했으나 준비가 되지 않아서 연락을 하지 못했던 것이고 결혼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연락을 한 것이다라면서 결혼을 빨리 하자고 하였다. 그리고 20194월경 결혼을 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러나 AB2018. 10. 27경 예정된 상견례를 앞두고 며칠 전인 2018. 10. 22. 경부터 신혼집을 어디로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 차이로 다툼이 있었다.

 

B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계속하면서 출퇴근하기 가까운 곳에 살기를 원했고 신혼집과 직장 문제의 의견차가 정리된 이후에 상견례를 하기 원했으며, AB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A가 사는 춘천에서 집을 구해 살기를 원했고 상견례 역시 예정대로 진행하기를 원했다.

 

그러던 중 2018. 10. 24. 아침 8시 무렵 AB에게 B의 조건을 들어주겠다며 B를 자신의 집으로 와 줄 것을 여러번 요청하였다.

 

B는 당일 오후 8시경 A의 집에 도착하였고, 집에서 신혼집 및 B의 어머니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A의 진술에 의하면 혼수 문제에 대한 B쪽의 무리한 요구는 대부분 B의 어머니가 B를 조종한 결과라고 봤다는 것)

 

다툼 끝에 불만이 폭발, B의 목을 조르고, 의식이 없는 B를 집 싱크대 서랍에 있던 식칼로 목 부분을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였다.(부검 결과 주된 사인은 목을 조른 것이고, 목을 찌른 것은 함께 사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

 

또한 이미 사망한 B의 목, , 복부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시신을 훼손하였다.

 

A는 이후 근처 교회로 도피하였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검찰은 A를 살인 및 사체손괴죄로 기소하였다.

 

3. 재판 유죄(무기징역)

 

 

 

 

(1심 춘천지방법원, 2심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3심 대법원 모두 무기징역)

(1심 무기징역 판결 이후 검찰은 사형판결을 해달라며 항소했으나 기각됨)

 

  재판부는 피고인 A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 피고인이 피해자를 춘천으로 내려오게 한 것은 인정할 수 있으나,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처음부터 살해할 의도로 유인하였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

 

- 또한 피고인이 사전에 범행계획을 세웠거나 범행도구를 준비했거나 증거인멸, 도주계획 등을 미리 세웠다는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 계획적 살인이라고 보기에는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뜻이며, 우발적 살인이라고 판단했다는 것)

 

- 피고인은 과거에 처벌받은 전력이 전혀 없으며,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에 대해 모두 자백하고 있다.

 

-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신혼집 마련 등의 문제에 대해 갈등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 그러한 갈등이 이렇게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피고인의 범행을 정당화하거나 참작할 만한 사정이 된다고는 볼 수 없다.

 

- 피해자는 23세의 사회초년생으로 결혼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은 이에 대해 자신은 결혼준비가 다 되었다며 피해자에게 결혼을 종용하고, 결혼에 대해 고민하던 피해자를 위로해주기는커녕 피해자의 목숨을 빼앗았다.

 

- 피고인은 약 15분가량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 시간 내내 이를 중단하기는커녕 칼로 피해자의 시신을 너무나 무참히 훼손하였다.

(자세히 설명하기는 곤란하지만 양형판단의 주된 근거가 되는 부분이므로 어느정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목을 10여차례 찔렀고, 복부를 칼로 찔러 여러 장기를 훼손했으며 칼이 척추 끝까지 들어가도록 찔렀다고 기록되어있다.)

 

- 피고인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경위에 대해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 범행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진술하면서도 유독 이 시신 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피해자의 가족들은 피고인이 공탁한 공탁금의 수령을 거부하고 있으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 피고인은 법원의 양형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살아서 식물인간이 되거나 병신이 되는 것이 무섭고 미안해서 완전히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진술이며, 피고인의 극단적인 자기중심성과 폭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라고 판단하며 피고인 A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1심 무기징역, 2심에서 사형을 내려달라는 검찰의 항소가 기각되어 무기징역이 유지되었고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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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도 전혀 없고, 계획적 살인이 아닌 우발적인 살인이며, 범행 동기도 돈 목적이나 성범죄 목적 등의 동기가 아닌 감정적인 목적인데도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는 것이 주목할 점. 범행 전반의 정황이 굉장히 악질적이었다고 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