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사건(미스터리 사건사고 게시판과 동시연재)

대법원 판결 확정, '제주판 살인의 추억',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내용과 무죄 판결 이유 분석

세피로트의나무 2021. 10. 30. 06:59

 

<출처 : 중앙일보>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주요 타임라인
다만 저 오전 4시 4분에 휴대폰이 강제로 off되었다는 부분은 항소심에서 부정된다.

1. 새벽녘에 사라진 보육교사

2009131, 제주시에서 유치원 보육교사로 일하던 A(당시 26)는 오후7시경 친구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는 밤을 넘겨 21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2009. 2. 1. 02:30 경 모임이 파하고 2102:49 A는 집의 부모님에게 찜질방에서 자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다만 그 후 택시를 타고 찜질방이 아닌 남자친구 B의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남자친구 집에 도착하고 얼마 안돼 AB와 다투고 그대로 집을 나왔다. 담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남자친구와 다투고 A는 집을 나왔다. 이후 03:03 더가 싫어진다(’너가 싫어진다의 오타로 추정)’라는 식의 비난하는 문자를 남자친구에게 보냈다.

 

이후 택시를 타기 위해 03:07경 평소 이용하던 택시회사에 연락했으나 시간이 늦어서 배차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이후 03:08 경에 114에 통화를 걸었다가 1초만에 통화를 종료한 기록이 있었다. 이게 확인된 A의 마지막 행적이었다. 이를 마지막으로 A는 실종되었다.

 

A는 출근도 하지 않았고, 가족들은 22일 오전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추적을 통해 A의 휴대전화가 21일 새벽 04:04 경에 휴대전화가 꺼진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를 사건으로 보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2. 시신 발견

 

  실종 5일 후인 26, 한 주민이 A의 물건이 든 채 버려진 A의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에는 휴대전화, 지갑, 신분증 등의 물건이 들어있었다. 이 때 가방과 그 안의 물건은 젖어있는 상태였다. 젖어있는 원인을 비로 본다면 당시 2009. 2. 2 ~ 2. 3경에는 비가 왔고 그 이후로 가방이 발견된 2. 6까지는 비가 오지 않았다.

 

또한 유류품 발견일로부터 2일 후인 28, 한 주민이 농업용 배수로(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가방이 발견된 지점과 정반대 방향)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여성의 시체가 배수로에 놓여있었다. 실종된 A였다. A의 시신은 실종 당일 입고 있던 무스탕 상의를 입고 있는 채 엎드려 누워있었으며 하의는 치마를 제외한 레깅스와 속옷 등이 모두 벗겨진 상태였다.

 

부검 결과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 목졸림이었다. 왼손바닥에 0.7cm의 절창, 오른손바닥에 1.2.cm의 절창(베인 상처)이 있어 당시 치열한 몸싸움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 주는 시신의 상태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성범죄를 시도했다가 살해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시신에 결박한 흔적 등이 없는 것을 보아 시신이 발견된 장소와 살인이 일어난 장소가 같을 것이라고 추정, 살해 후 곧바로 유기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되었다.

 

3. 사망추정시간에 대한 논란과 용의자

 

  피해자가 언제 사망했느냐를 두고 수사하는 경찰 측과 법의학자 측의 의견이 갈렸다. 경찰은 실종 당일, 실종된 지 얼마 안 돼 사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법의학자의 의견은 달랐다. 법의학자는 시신을 검안할 때도 샴푸향이 남아있는 상태였으며 시신 부검 결과 직장의 온도가 대기보다 높은 상태, 위의 내용물이 완전히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 내부 장기의 부패도 발견되지 않은 점, 시신이 발견되기부터 검안(2. 8 . 20:00 )이 이루어지기까지 시신의 건조현상이 진행되지 않은 점, 0. 141%의 혈중알코올이 검출된 점 등을 종합하면 시신이 발견된 지(2. 8 13:50 ) 24시간 이내, 2. 7 경 이후에 사망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경찰은 이 부검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피해자가 실종된 건 21, 시신으로 발견된 건 28일인데, 그렇다면 그 기간 동안 피해자가 누군가에 의해 어딘가에 감금된 채 음식을 제공받고 알코올을 섭취한 채 사망했다는 뜻인데,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경찰은 피해자가 택시를 탄 게 마지막 행적이라 보고 택시기사들을 용의선상에 놓고 수사했다.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지점, 피해자의 목적지로 추정되는 피해자의 주거지, 가방이 발견된 지점,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 지점 등을 계산해 예상 경로를 특정하고 해당 시간대에 그 지점을 다닌 택시기사들을 추려냈다.

 

그리고 경찰은 수사 끝에 택시기사 C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C는 조사 때 당일 행적에 대한 진술을 일관되게 하지 못했으며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Q) 사건 당일 피해자를 택시에 태웠는가? A) No. 거짓

Q) 피해자를 살해했는가? A) No. 거짓

 

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별다른 증거가 없었다. 또한 부검 결과에 의해 사망시간을 28일부터 24시간 이내로 본다면 그 당시 C에게는 분명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경찰은 C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사건은 풀리지 않은 채 미제사건이 되었다.

 

4. 포기하지 않은 검경과 동물실험, 그리고 과학수사

  시간이 지나 2018,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미제사건 전담팀이 구성되었다. 수사팀은 피해자의 사망추정시간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이정빈 법의학자 등의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개와 돼지의 시체로 4차례에 걸친 동물실험을 하였다.

 

실험 결과 당시 배수로의 환경, 날씨, 습도 등이 냉장고의 역할을 하여 시신이 부패하는 것을 막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당시 피해자의 시신 일부에 빗물이 흐른 형태의 흙먼지가 남은 것을 발견하였고 유류품 가방, 가방 속 물건이 모두 물에 젖은 채 발견되었는데, 이것이 비라고 보고, 당시 제주도에 비가 온 것은 2월 2일, 23일이고 2월 3일 이후부터 유류품이 발견된 2월 6일까지는 비가 오지 않았다.었다. 즉 피해자는 실종 당일, 늦어도 23일 이전에 사망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로써 최초 C의 알리바이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고, 과학수사 결과 피해자의 어깨 부분과 피부에서 작은 실오라기를 몇 점 발견했고, 이에 대해 증폭검사한 결과 당시 용의자 C가 입은 옷(남방, 티셔츠의 진청색 면섬유)과 같은 종류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제주 검경은 C를 경북 영주에서 체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보아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으나 기각되었다.

 

그러나 이후 7개월여간의 보강수사 끝에 C의 택시의 운전석, 조수석, 뒷자석, 트렁크 등에서 피해자가 당시 입었던 옷과 유사한 실오라기들(무스탕의 동물털과 유사한 동물털, 니트, 치마의 미세섬유 등)을 발견해냈다.

 

이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받아들였고, 용의자 C를 구속하게 된다.

 

검찰은 C를 구속기소하며 사건에 대해 보도하였다.

 

당시 검찰의 보도자료
좌측 상단의 2018. 1.15 구속기소는 2019. 1.15의 오타로 보인다.

이를 가지고 대대적인 언론 보도가 있었고, 사람들은 제주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불리던 오래 전의 미제사건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 과학수사의 진보로 억울한 죽음을 해결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차례 얘기했듯이 정말로 끝인지 아닌지는 재판을 봐야 알 수 있는 법이었다.

 

그렇게 재판이 열렸다. 검찰의 기소죄목은 '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강간등 살인)'이다.

 

5. 재판

 

  1.) 검찰의 주장

 

  검찰이 피고인 C가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당시 겨울 새벽 무렵 여성인 피해자가 택할 만한 이동수단은 택시가 유일하다. 또한 114에 전화한 지 1초만에 전화를 끊은 것은 마침 지나가던 피고인의 택시를 피해자가 발견하고 거기 탑승했기 때문이다.

 

    ② 피고인이 운행한 택시가 2009. 2. 1. 03:14경 해당 차량번호판독기를 통과하여 일주도로를 운행하였고 경로와 지나가는 시점이 03:08경 피해자를 당시 남자친구의 아파트 근처에서 태워서 운행했을 것으로 가정했을 때 경로와 통과하는 시간이 매우 근접한다. 해당 용의차량은 노란색 캡등이 부착된 흰색 NF 소나타로 보이는데

당시 제주도 내의 노란색 캡등이 부착된 흰색 NF 소나타 택시는 전체 5833(법인 1359 + 개인 4524 ) 18대에 불과하다. 피고인의 택시 역시 노란색 캡등이 부착된 흰색 NF 소나타이다.

 

    ③ 사건당일 피고인이 운행했다고 주장하는 경로의 CCTV에는 피고인의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④ 피고인은 평소 동거녀가 단란주점에 출퇴근하는 것을 택시로 데려다주었는데, 사건 당일에는 동거녀를 귀가시켜주지 않았다.

 

    ⑤ 피고인은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할 당시 2009. 1. 312009. 2.1 에 해당하는 휴대전화 통화내역이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또한 이 과정에서 지인에게 자신의 모텔방을 치워달라는 부탁을 했다.

 

    ⑥ 피해자의 신체, 가방에서 사건 당시 피고인이 입고 있던 의류에서 검출된 진청색 면섬유와 유사한 섬유, 혈흔이 묻은 피고인의 청바지에 포함된 파란색 면섬유와 유사한 섬유가 검출되었다.(다만 이 청바지의 혈흔은 검사결과 피해자와 무관한 혈흔으로 밝혀졌다.) 또한 택시 내부, 트렁크에서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에서 검출된 섬유와 유사한 섬유, 무스탕의 털과 유사한 동물털이 발견되었다.

 

    ⑦ 피고인은 이 사건의 재수사가 이루어지자 이 사건과 관련된 다수의 기사를 검색하였고 기사 내용중에 유의미한 증거 확보라는 내용이 나오자 유의미하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검색하기도 하였다.

 

    ⑧ 피고인은 이 사건 이후 2010. 7. 경 제주도를 떠나 육지로 이사를 간 뒤로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15. 5. 11경 주민등록이 말소되기도 하였다. 또한 택시기사로 일하던 피고인이 운전면허 정기 적성검사를 받지 않아 2016. 3. 3경 운전면허가 취소되었다. 그러면서도 새로 운전면허를 따지 않았고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도 개통하지 않은 채 동거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해왔다.

 

    ⑨ 피고인은 초기 조사때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강하게 결백을 주장하지 않고 비교적 담담한 태도로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답답하다.’ 정도로 진술하고 있다. 이는 이러한 중대한 범죄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사람의 태도로 보기에는 이례적이다.

 

 

  2.) 재판의 쟁점

 

재판부가 설명한 이 재판의 쟁점은 다음과 같다.

 

    ① 피고인이 피해자를 자신의 택시에 태웠는가?

 

    ② 피고인이 피해자를 태우고 검사가 주장하는 운행경로를 따라 운행했는가?

 

    ③ 피고인이 아닌 제3자에 의한 살해 가능성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배제할 수 있는가? 그렇게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려다가 살해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는가?

 

    ④ 피고인과 변호인이 주장하는 위법한 압수, 수색에 의한 청바지 및 청바지에서 검출한 미세섬유증거 및 분석자료에 대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가?

 

이다.

 

  3.) 1(제주지방법원) - 무죄

1심 판결문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재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 C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모텔주인에게 임의제출받아 영장없이 압수한 청바지는 위법수집증거. 증거능력이 없다.
형사소송법 제218조. 임의제출 규정
수사기관의 청바지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상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서,  청바지는 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는 위법수집증거이고, 청바지에서 검출된 미세섬유 증거 역시 위법수집증거인 청바지에서 기초한 것이므로(이를 형사소송법에서는 '위법에 터잡은 위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역시 증거로 쓸 수 없다.

- 경찰은 당시 피고인의 거주지인 모텔을 압수수색할 때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 그리고 사후영장도 발부받지 않았다. 당시 피고인은 교도소에 구속된 상태였으므로(수사기관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 영장의 발부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긴급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지도 않는다. 또한 피고인과 변호인을 압수수색절차에 참여시키지도 않았고(모텔주인을 참석시키긴 했지만 모텔주인은 이 절차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또한 경찰이 모텔주인에게 피고인의 청바지를 임의제출받았다고 하는데, 모텔주인은 피고인의 청바지의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청바지를 처분할 권한이 없는 모텔주인은 청바지의 임의제출자라고 할 수 없다. 이는 위법한 압수, 위법수집증거이며 이 청바지와 청바지에 터잡은 증거들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 동물실험의 결과, 시신이 비에 젖은 흙먼지의 흔적, 유류품이 비에 젖어있던 상황, 2. 3 이후로는 비가 오지 않았던 점 등을 보면 피해자는 2. 3 이전, 휴대전화가 꺼진 2009. 2. 1. 04:04 이전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수사기관이 섬유를 검출해낸 방식은 있던 모든 섬유를 찾아내고 나서 분석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검출하고자 하는 섬유를 선정해놓고 그 섬유가 있는지 없는지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한 것으로,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하고 진행한 검사결과이므로 검찰이 주장하는 만큼의 설득력을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 피해자의 신체에서 진청색 면섬유, 진청색 모섬유, 진청색 폴리에스터, 진청색 레이온, 진청색 아크릴, 동물털, 적색섬유 등이 검출되었다. 그러나 이 중 피고인이 착용하였던 의류와 유사하다고 판단된 것은 진청색 면섬유 뿐이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섬유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옷 모두에게서 발견되지 않은 섬유들이다. 그렇다면 저 나머지 섬유들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아닌 제3자와의 접촉에서 왔다는 얘긴데, 그나마 유일하게 겹치는 저 진청색 면섬유는 대량생산되는 섬유이기 때문에 저 진청색 면섬유가 피고인의 옷에서 나온 것이라고 단정할수도 없다.

 

- 피고인의 택시 조수석, 뒷좌석, 트렁크에서 피해자의 니트와 유사한 섬유가 검출되었고, 운전석, 조수석, 뒷좌석, 트렁크에서 피해자의 치마 섬유와 유사한 진청색 모섬유가 검출되었으며, 뒷좌석 바닥, 트렁크에서 피해자가 입고 있던 무스탕의 털과 유사한 동물털이 발견되었다.

 

 

- 그러나 이는 유사하다고는 볼 수 있어도 그 의류에서 나온 그 섬유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고,(심지어 분석결과 동물털은 면섬유나 모섬유 등의 섬유보다도 동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 검찰의 공소사실에 의하면 시신이 유기된 배수로 인근에서 강간 시도, 살해, 시신 유기의 범행이 일련적으로 이루어졌는데, 그렇다면 시신을 유기한 장소에서 강간 시도 및 살해를 해놓고 굳이 트렁크에 시신을 옮겼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트렁크에서 섬유, 동물털이 나왔다는 것은 공소사실에 어긋나는 증거에 해당한다.

 

- 만약 섬유의 흔적을 그대로 믿는다면 피해자가 택시의 운전석, 조수석, 뒷좌석, 트렁크를 왔다갔다 했다는 얘기인데 이는 검찰의 공소사실과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식에도 반한다.

 

- 피고인의 차량은 불특정 다수의 승객들이 빈번히 이용하는 영업용 택시이다. 여러 승객들의 옷에서 떨어져나온 여러 섬유가 뒤섞여있을 수밖에 없다.

 

 

- 검찰이 주장하는 CCTV 영상은 노이즈가 심하고 해상도가 매우 낮은데다 주위 지형지물에 의해 차체 일부가 가려져 있어 해당 차량의 차종 및 색상을 식별하기 어렵고 법정에 출석한 국과수 증인도 CCTV의 차량이 피고인의 NF소나타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랜져 등의 다른 차량일 가능성이 있다고 증언하였다.

 

주요 경로. 초록색 2번이 경찰, 검찰이 주장하는 범인의 이동 경로이다. 설문조사에서 185명의 택시기사중 134명이 2번 경로를 선택, 49명은 1번을 선택, 2명이 4번을 선택하였다.

- 검찰이 주장하는 택시 운행경로는 설문조사결과 택시기사 185명의 택시기사 중 134명의 기사가 선택한 최단거리경로인 해당 그림의 2번 경로이다. 그러나 1번 경로를 선택한 기사도 49명이 있고 3번 경로를 택한 기사도 2명이 있듯이 운행경로는 운전자마다 다양할 수밖에 없으므로 막연히 최단거리경로라는 이유만으로 범인의 경로를 2번 경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해자가 술에 취하면 잠드는 버릇이 있고 피해자를 태운 범인이 범행에 용이한 경로를 택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 결국 이러한 검찰의 범인의 이동경로에 대한 추정은 해당 차량번호판독기를 통해 번호 인식이 가능한 택시를 운행한 피고인을 처음부터 범인으로 특정하고 이후에 살을 더해가는 수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20대 여성을 태웠다는 개인택시 기사의 제보. 경찰은 이에 대해 가능성을 별로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개인택시 기사가 2009. 2. 1. 03:00경 남자친구의 아파트 입구에 있는 카센타 앞에서 여자 승객을 태워 피해자가 근무하던 어린이집 근처에 있는 다른 어린이집 앞에서 내려준 사실이 있다고 제보하였는바, 만약 그 택시기사가 당시 태웠던 여자 승객이 피해자라고 한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전제가 되는 사실, '남자친구의 아파트에서 피해자를 태운 택시가 일주도로를 통해 해당 배수로 인근 도로까지 이동하였다'는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제보한 택시기사가 당시 택시에 태운 여자 승객이 수배전단지에 있는 피해자와 비슷한 단발머리를 한 20대 여성이었다고 제보하였고, 실제로 2009. 2. 1. 03:12경 승객을 내려주었다는 어린이집 앞쪽에서 택시가 약 10초간 정차하였다가 출발하는 장면이 해당 어린이집 CCTV에서 촬영되기도 하고, 남자친구의 아파트에서 해당 어린이집까지 거리가 약 3km여서 운행시간이 10분 이내일 것이라는 사정을 볼 때 제보자의 진술이 허위라고 곧바로 단정할 수 없으며, 새벽시간인 03:00경 남자친구의 아파트 근처에서 피해자와 유사한 인상착의를 가진 또 다른 20대 여성이 제보자가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하였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더하여 보면, 위 제보자가 당시 태웠던 여자 승객이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 피고인이 피해자를 태웠는지도 불확실하며 제3자에 의한 살해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피해자의 왼손과 오른손바닥에서 절창(베인 상처)이 발견되었고 이는 출혈을 전제한 상처로 판단되는데 피고인은 물론 피고인의 택시, , 장갑, 면도칼, 가위, 손톱다듬이 등의 도구 들에서도 피해자의 혈흔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손가락 장갑.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로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사진입니다.

- 피고인은 사건 당시 손가락을 덮지 않는 손가락 장갑을 착용하였는데, 피해자는 목이 졸려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이 과정에서 격렬한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에 의하면 손가락을 덮지 않는 피고인의 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면 피해자의 시신이나 의류에서 피고인의 지문이나 DNA가 검출되어야 맞을텐데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강하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피고인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의 양손의 손가락 등에서는 피고인의 DNA는 물론 피고인의 의류와 유사한 미세섬유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피고인이 사건 당일 동거녀를 출퇴근 시켜주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 피고인은 그 무렵 서귀포에서 거주하던 동거녀의 전남편이 동거녀 집에 찾아와 머물렀기 때문에 연락을 할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주장하고, 그 동거녀의 진술도 이에 부합한다.

 

- 피고인이 거주지를 옮기면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점, 사건 당일 자신의 행적에 대해 세부적으로 일관성이 없는 진술을 하는 점, 재수사가 이루어지자 관련 기사를 검색하고 유의미하다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는 등의 정황들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황인 것은 사실이나, 공소사실의 주요 부분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 이런 부수적인 정황으로 피고인을 유죄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등을 이유로 피고인 C가 피해자를 강간하려다가 살해하였다는 데에 무죄를 선고, 살해는커녕 실제로 만나서 택시에 태웠는지조차 확실히 증명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검찰은 이에 항소했다.

 

  4.) 2(광주고등법원 제주재판부) - 무죄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며 피고인 C의 무죄를 다시 한 번 선고하였다.

1심 재판과 대체로 동일하지만 2심 재판부는 여기서 좀 더 수사의 미흡함을 지적한다.

 

 

여기서 '원심'이란 항소의 대상인 1심 재판을 말한다.

 

 - 검찰은 청바지의 위법한 압수,수색절차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주장하지만, 그 사정을 들여다보면 인정할 수 없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는 인정한 동물실험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 수사기관이 진행한 동물실험결과는 4회 실험 중 1회의 결과만 제출되었다. 그 결과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어렵다. 또한 그 1회의 실험도 사체가 사람과 개, 돼지의 차이라는 것 이외의 나머지 변수를 모두 제대로 통제했다고 보기 어렵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종료된 시점이 2009. 2. 1. 04:04 경이라는 사실도 인정할 증거가 전혀 없다고 보고 있다.

- 소방서, 소방본부, 관련자들의 진술과 관련 문서 등을 살펴보면 시스템상 휴대전화가 종료된 최종 기지국의 주소만 확인될 뿐 휴대전화가 종료된 시점은 알 수 없다고 하는데, 이를 보면 당시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2009. 2. 1. 04:04에 종료되었다고 종료시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 자체가 의문이다.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04:04 경에 종료되었다고 확인할만한 어떤 객관적인 자료도 없으므로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04:04 경에 종료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 검찰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최초로 조사한 경찰관이 휴대전화의 전원을 켰을 때 전원이 켜졌으므로 이 종료는 방전이 아닌 피고인의 의도적인 종료라고 주장하지만, 휴대전화를 최초로 발견한 주민이 처음 발견하고 주인을 찾아주려고 전원을 켜봤으나 켜지지 않았고 그대로 가방에 넣어 주민센터에 맡겨두었다고 하는바, 피해자의 휴대전화는 방전에 의한 종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검찰은 피고인의 택시의 트렁크에서 동물털이 발견된 데 대해 택시 뒷좌석에 피해자와 가방이 있었는데, 피해자의 무스탕에서 동물털이 떨어져나와 가방에 묻었고, 그 가방을 피고인이 트렁크로 옮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그렇게 볼 증거는 어디에도 없고,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원래 있던 자리인 뒷좌석에서 트렁크보다 더 많이 동물털이 나와야 정상인데, 정작 뒷좌석에서는 동물털이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은 항소하면서 피해자의 어깨에서 피고인의 의류와 비슷한 섬유가 발견되었다면서 이를 접촉의 증거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다.

 - 검찰은 바깥으로 노출되지 않은 피해자의 오른쪽 어깨에 피고인의 의류와 비슷한 진청색 면섬유가 검출된 것이 접촉의 증거라고 주장하지만, 사건 당시 피해자는 여러 겹의 옷을 겹쳐입고 있었고, 피해자의 어깨는 끝까지 노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미세섬유가 발견되었다면 이건 오히려 피고인이 아닌 다른 곳에서 묻어온 것이라고 보인다.

 

 

- 검찰은 항소심에서 2번 경로가 아닌 다른 경로를 배제한 이유가 단순히 2번이 최단거리경로라서가 아니라 다른 경로들은 가로등 등이 별로 없고 교통량도 별로 없어서 영업용 경로로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범인의 차량이 택시인 것을 전제로 하는 주장이고, 택시가 아닌 일반 차량의 가능성을 배제할 증거는 없다. 또한 범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오히려 2번 경로가 아닌 경로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1심 재판부는 차량번호판독기의 결과의 정확성은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차량번호판독기의 오류가능성을 지적한다.

- 검찰이 증거로 제시하는 해당 차량판독기는 오류로 보고된 사례가 상당하여 범인의 차량을 누락했거나 번호를 잘못 인식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범인으로 추정되는 용의차량의 이동경로에 있던 CCTV에 포착된 시간마저 신뢰할 수 없다.

 

- 해당 경로에 설치된 CCTV들은 각자 영상 속 시간이 각각 CCTV끼리 시간이 오차가 있고, 실제 시간과 오차가 있어 검찰이 주장하는 시간대에 이 사건 용의택시가 각 지점을 통과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 검찰이 미세섬유증거의 증명력을 주장하며 인용한 판례는 그 사건의 피고인의 손에서 피해자의 질액이 검출된 상황에서 피고인의 강제추행(정확히는 강제추행치상)이라는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데 있어 미세섬유가 그 증명력을 보강한 경우이므로 이 사건과 다른 경우다. 다른 증거가 있는 경우 미세섬유는 그 증명력을 보강하는 증거로는 충분히 쓰일 수 있으나 이 사건처럼 혈흔이나 DNA가 전혀 검출되지 않은 경우에, 그런 증거가 없이 단순히 미세섬유만으로 공소사실을 입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등을 이유로 검찰의 항소를 기각, 피고인 C의 무죄를 다시 확인하였다.

항소심 판결 선고 이후 피고인의 인터뷰

 

검찰은 이에 불복, 상고하였다.

 

  5.) 3(대법원) - 무죄 확정

현재 상고심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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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0월 28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로서 사건은 다시, 아니 어쩌면 더욱 더 미궁에 빠진 셈이 되었다.